2018년에 다녀온 남미 배낭 여행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볼까 합니다. 코로나 이전이고, 지금과는 많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혼자 남미 배낭 여행을 계획하시거나, 남미에서 정보가 필요하실 때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이랬으면 더 좋았겠다.' '이것은 꼭 주의해야한다.' 같은 요소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만약 혼자 배낭여행은 가고 싶지만 어디 갈지 계획하지 못하신 분들은 읽지 마셔요. 남미로 떠나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ㅋㅋ
뜬금없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제 포스팅을 보면 여행기와 같이 국어에 대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제 본업은 국어 강사입니다.
여러분. 국어를 왜 배워야할까요? 저는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취미로 수학을 배우는 것과 같이 국어를 배워보셔라고 말하곤 합니다. 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곧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짐을 의미합니다.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마주합니다.
우리의 감정만 보아도 그러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기쁩니다. 행복할 때도 있고, 단순히 즐거울 때도 있고, 유쾌할 때도 있고, 황홀할 때도 있으며, 쾌락을 느낄 때도 있고, 열락에 찰 때도 있으며, 희열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모두 기쁨과 관련한 단어이지만 그 단어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하나하나 다릅니다.
갑자기 왜 기쁨에 관한 단어들을 나열했을까요? 간단한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너무 기쁜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봅시다. 근데 이 기쁜 일은 단순하게 기쁜 일이 아닌, 내 영혼을 뒤흔들어놓을 만큼. 가령 로또 당첨과 같은 기쁜 일이라고 해보아요.
우리가 이 때 기쁨을 충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알고 있다면, 내가 지금 얼마나 기쁨을 느끼는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본인의 기쁨을 충분히 이해하겠지요. 그러나 그러한 단어를 알지 못한다면, '그냥 기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이러한 맥락입니다. 단순히 내가 기쁨. 슬픔. 분노. 정도의 단어만 알고 생활할 때와 희열. 냉소. 진노 등 나의 감정과 생각과 의사를 좀 더 세밀하게. 자세하게.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살아가는 세계는 달라집니다.
내 생각을 좀 더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고, 타인의 생각을 좀 더 폭 넓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국어를 배워보아요. 화이팅입니다
맨눈으로 은하수를 본 기억은 꽤나 오래 뇌리에 남았습니다. 말 그대로 까만 밤하늘보다 더 많은 별이 흩뿌려진 하늘은 희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고, 이는 과음으로 이어졌습니다. (ㅋㅋ)
글과 사진은 낭만이지만 실제는 황홀경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언제 밤의 사막에서 차가운 모래 사구 위에 걸터앉아 은하수를 배경 삼아 맥주를 마셔볼 수 있을까요. 사막은 밤이 조금 쌀쌀했기에 추우면 손을 모래 안에 넣어가며 오래 오래 맥주를 비우다 숙소로 돌아와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런 곳을 하루만 있다가 갈 수는 없다.'
여행자들에게 와카치나는 1박 2일이 정석입니다. 리마에서 이카까지. 이카에서 와카치나까지 이동거리가 길지 않기에 도착한 날 당일 둘러보고, 버기카 투어하고, 다음 날 쿠스코로 출발하는게 정석 루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면 정말 작습니다. 오아시스를 한 바퀴 도는 것은 2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구경거리가 별로 없어요.
희재와 리마에서 만나 동행을 결심했던 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밤에 사구 위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동행을 어디까지 할 계획인지'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 마음만 맞다면 우유니 사막까지는 같이 가면 나는 너무 좋겠다. 라고 이야기를 하니 자기가 바랐던 말이라며 좋아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본인의 우유니 사막까지의 일정을 이야기를 쭉 - 해주시며 '내일 여기서 출발할 계획이다. 우리 동행할거라면 같이 나가자.'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모래만 만지작거렸습니다. 그리고 마을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마을은 매우 작았습니다. 불빛도 거의 없어 가로등 하나 둘만 거리를 두고 드문드문 켜져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마을만 한참 보다가 내려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결심하고 동행분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매우 아쉬워하시며 다시 한 번 설득하기에 말없이 부킹닷컴 예약 내약을 보여드리고, 택시를 타고 나가는 것을 배웅한 후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혼자구나!' 하는 마음에 묘한 섭섭함과, 기대감이 부풀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유유자적'의 느낌을 좋아라합니다. 여행지를 바삐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맥주 한 캔 들고 예쁜 곳에 걸터앉아 담배 피면서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거기서 유튜브를 보거나 노래를 듣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앉아 외국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합니다. 그러다가 배고프면 밥 먹고, 지루해지면 다른거 보러 가고 합니다. ㅋㅋ
이틀차 여정은 유유자적하게 지냈습니다.
그냥 오아시스 주위를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사막을 보다가 사람 구경하고 천천히 걸어다녔습니다. 걷다가 배고프면 밥도 먹고, 놀랍도록 차가운 맥주도 한 잔 마시며 낮을 보냈습니다. 와카치나 안은 물가가 조금 비싼 편입니다. 절약하시면서 다니시는 분들은 이카에서 마실거리, 간단한 먹을거리 같은 것들은 미리 사오십니다. 참고해주세요!
그렇게 낮을 보내고 밤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숙소에 1인실을 잡아 와카치나의 마지막을 오래오래 갈무리 할 셈이었습니다. 워낙 무계획으로 다니기도 하고, 어찌어찌 와카치나까지 잘 오기는 했지만 이 후부터는 계획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저녁에도 맥주 한 잔 들고 간단하게 계획을 세우며 숙소에서 꽃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남미사랑 카페 단톡방에 와카치나에 오신 새로운 한인 분들이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여 저녁 식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들은 6명이 같이 다니는 분들이었는데,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한국에서부터 동행을 구해 에콰도르의 과야킬부터 쭉 내려오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 나누며 오래오래 밤을 보냈습니다.
와카치나를 떠나는 아침. 못내 많이 아쉬워 출발 전 사구에 올라 모래 한 움큼을 가만 쥐어보고 내려왔습니다.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다 그런 주제가 한 번 나온 적이 있습니다. '만약 해외에서 평생 살다가 죽어야한다면 어디로 가고 싶느냐?'
저는 그 대화의 답을 '쿠스코랑 와카치나'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이카로 나와 반나절 가까이 걸어다녔습니다. 와카치나에서 더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의미없는 곳은 없다 생각하여 이카를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습니다. 매우 작은 도시라 생각했는데 제법 규모가 큰 도시입니다. (약 20만명이 사는 큰 도시입니다.)
신기한 일이 많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구경하며 걷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학교의 하교시간인지 학생들이 우루루 나오고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친구들끼리 찍나?'하며 사진을 찍어줄 준비를 하니 핸드폰을 들고 가버립니다. 한 명씩 차례로 나와 희재랑 사진을 찍어가고는 'chao~' 하며 가버립니다.
'Sanctuary of the Lord of Luren' 이라는 성당이 예쁘고, 미사도 있다고 하여 미사를 드릴 시간은 안될 것 같아 구경하러 가는 길.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려 하니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제 눈을 마주보고 어깨를 두 번 '툭 툭' 쳐주고 가기도 했습니다. 이거는 아직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힘내라는 의미였을까요. ㅋㅋ
해가 저물고 저도 이카를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이카에 있는 크루즈 델 수르 버스 터미널에서 차의 위용에 감탄하고, 승무원들의 친절에 감탄하고(차 내에 승무원이 계십니다. 제 기억으로는 두 분), 쿠스코로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안락한 대형 버스가 많지만, 이 때 당시 우리나라는 시외버스들의 질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크루즈 델 수르의 위용에 입을 벌리며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차내식도 나름 맛있었구요. 좌석도 180도 젖혀져 정말 안락한 버스 여행이었습니다. 다만 흡연자는 각오해야합니다. 이카에서 쿠스코로 가는 버스의 소요 시간은 약 20시간정도 걸립니다. (저는 34시간 걸렸습니다. 검색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카 - 쿠스코 버스 노선이 위험합니다. 도로도 좁은 산길을 통하구요. 승무원 분들이 몇 번 내려 밖을 체크하기에 저도 내심 불안했답니다. 버스 강도의 위험도 있구요.)
흡연자들은 버스로 가는 시간 동안은 담배를 피지 못한다고 생각하셔야합니다. 브라질 노선은 약 2시간마다 휴게소에 정차해서 좋았는데, 이카 - 쿠스코 노선은 휴게소가 없습니다. ㅋㅋ
다음 편부터는 쿠스코에 대해 올리겠습니다. 쿠스코 편은 꽤 많이 길어집니다. 제가 남미 여행 중 가장 좋아했던 도시라, 보름 정도 머무르며 많 - 은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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