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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남미 여행기

남미 여행기 4.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 2박 3일 (1)

by 희재짱짱123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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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다녀온 남미 배낭 여행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볼까 합니다. 코로나 이전이고, 지금과는 많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혼자 남미 배낭 여행을 계획하시거나, 남미에서 정보가 필요하실 때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이랬으면 더 좋았겠다.' '이것은 꼭 주의해야한다.' 같은 요소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만약 혼자 배낭여행은 가고 싶지만 어디 갈지 계획하지 못하신 분들은 읽지 마셔요. 남미로 떠나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ㅋㅋ

 


이 글을 쓰는 오늘. 정이 제법 많이 들었던 학생들과 헤어지고 오는 길입니다.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이었지만 마음이 많이 먹먹합니다. 정말 즐거웠는데 말입니다. 글을 쓰는 손이 뻣뻣합니다.

 


 

리마에서 버스를 타고 나오며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항상 우중충하고, 쌀쌀하고, 무언가 축 처진 듯한 리마에서 계속 있으며 '내가 남미 여행을 정말 즐기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출발부터 예상치 못하게 수하물도 딜레이되고, 흐린 날씨의 영향인지 들뜨는 기분이 없는. 무언가 침체되어있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즐거운 여행이라기보다는 그저 다음 장소를 향하기 위한. 그런 감흥 없는 기분.

 

리마 - 이카 버스는 약 4시간정도 소요됩니다. 남미에서 버스로 이동할 때는 30시간은 기본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기에 매우 짧게 느껴졌습니다.나름 짧게 가는 버스 여행이었지만 페루 유심을 사서 끼웠음에도 중간에는 데이터가 터지지 않았습니다. '땅은 넓은데 아직 기지국은 미흡하구나.' 라고 생각하며 멍- 하니 버스를 타고 이카로 향했습니다.

 

리마 - 이카 이동하는 창 밖. 허허벌판입니다.

 

저도 참 몰랐지만 리마를 벗어나서부터 조금씩 기분이 상기되는게 느껴졌습니다. 변화는 서서히 다가옵니다. 대륙이 커서 그런지, 거짓말 같이 날씨가 개이기 시작합니다. 근 일주일 가까이 내내 흐렸던 리마의 날씨와는 딴판으로 점점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며 여행의 두근거림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물을 받는 느낌이 적절하겠습니다. 블로그라 절제된, 그리고 지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심장이 존나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카의 풍경 중 일부입니다. 저는 그래도 이카 반나절은 돌아보아서.. 볼거리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 울산쯤 느낌?

이카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호객꾼들이 '나스카 투어, 버기카 투어, 안녕하쎄요.' 를 외치면서 막 다가옵니다.

패키지를 원하시는 분들은 호객꾼들과 같이 가도 무방하지만 모든 투어가 와카치나에서 더 저렴합니다. 특히나 나스카 투어는 가격차가 제법 나니 버기카 투어, 나스카 투어 등등 전부 와카치나에서 알아보는걸 추천합니다!

 

이카 중심지에서 와카치나까지는 택시로 10분정도 소요됩니다. 매우 짧은 거리이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카는 볼거리가 거의 없으니 와카치나로 빠르게 향했습니다.

 

'이게 여행이지.' 했던 순간. 오아시스의 환상적 풍광을 먼저 보여드립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리마는 별로 재미없었습니다. '그냥 내가 외국에 있구나.' 정도의 감흥만 와닿았지만, 와카치나에 도착해 오아시스를 눈에 담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이 고양감이 찾아왔습니다. 리마와는 180도 다른 쾌청한 하늘, 온난한 기온, 어지러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열대 꽃들과 야자수, 사구와 대비되는 남아메리카 양식의 건축물들, 꺄르르 웃으며 뛰어가는 어린아이들까지. 리마에서 일주일 가까이 고생했던 마음을 보상해주는 듯한 풍광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와카치나를 처음 눈에 담았던 그 순간이 참 기억에 오래 남아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와카치나 1일차에 묵었던 La Casa De Bamboo. 마음에 드는 포인트도 있습니다.

 

지금 보면 숙소가 참 낙후되어보이지만 나름 낭만이 넘치는 숙소였습니다. 앞서 기술했듯 숙소를 미리미리 예약하고 다니지 않아 그래도 나름 만족했습니다. 여러분들은 바나나 어드벤쳐 호스텔 가세요! 거기 수영장도 있고, 외국인들이 다 같이 풀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조금은 부러웠습니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처음 만난 광경이 잊혀지지 않아 버기카 투어도 예약할 겸 오아시스 주위를 돌아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투어는 어디가 싸지?' '어디서 예약하면 되는거지?'라고 생각하실텐데 와카치나의 모든 버기카 투어는 거의 한 곳에 몰려있습니다. 거기 가서 아무곳이나 고르셔도 됩니다. 가격도 거의 일정하고, 어디 투어사에서는 특별한 서비스를 해준다 이런 것도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버기카 투어가 오아시스 마을의 주요 수입원이기에 마을 공동으로 관리하며 비슷한 정책을 유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투어 예약 시간은 꼭 오후 세시 전후로 예약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실 이거는 무조건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몰이 지는 사막의 풍광이 정말. 정말 아름답습니다. 

 


 

꿈결 속의 장면 같습니다. 

 

투어 예약까지 시간이 좀 남아 마을을 둘러보다 사구에도 올라보았습니다. 저는 낭만을 아는 남자이기에 사구를 맨발로 올라보았습니다. 해변가의 모래, 학교 운동장의 모래들과는 결이 다른. 그 무엇과도 다른. 새 여름이불 같이 까끌까끌하면서 기분 좋게 부드러운 모래가 발자욱 주위를 따라 사르르 흐릅니다. 

 

귀여운 셀카도 많이 찍었어요 ㅎ

 

와카치나 마을 전경

 


예약한 버기카 투어 시간이 되어 장소를 찾아가니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버기카 투어 전 간단한 안전 안내를 받고, 각자 투어 금액을 내면 버기카는 출발합니다. 일몰이 지는 사구 위를 버기카로 달려보셨나요. 많지는 않을겁니다. 꼭 버킷리스트에 넣어두시길 바랍니다. '영혼의 해방'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안전 안내를 하는 아저씨. ㅋㅋ

 

소리 주의해주세요 희재가 너무 신나서 소리를 막 지르니까.

버기카 투어는 크게 세 가지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광활한 사막을 버기카를 타고 질주합니다. 남자의 심장을 울리는 배기음을 가진 버기카가 고운 모래를 사방으로 튀기며 질주하는 그 순간.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국적도 없습니다. 나이도 없지요. 모두가 뜨겁게 환호하며 얼굴로 사정없이 튀는 모래에 흥분합니다. 마치 원시의 그 무엇과 비슷한 격렬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둘째로 샌드보딩입니다. 지금은 광고가 나오지 않지만 제가 갈 때 즈음에 디스커버리사에서 공유를 모델로 한 광고가 있었습니다. 공유가 사막에서 디스커버리 옷을 입고 사구를 보드를 타고 내려가는 광고였는데, 그 샌드보딩을 버기카 투어에서 합니다. 광막한 사막을 쭉 - 달리다가 낙차가 커보이는 사구를 향해 갑니다. 버기카를 정상 부근에 세우고 다들 내려 운전 기사분, 그리고 조수 한 분이 관광객들에게 보드를 나누어줍니다. 스노우보드가 아닌, 서핑보드에 가까운 그런 보드입니다.

 

희재의 샌드보딩

정말 짜릿합니다. 희재는 해병대 1사단 공정대대 보병 출신입니다. 낙하산을 타는 군생활을 했다는 것이지요.

군에서 일반 강하가 아닌 군용 전술 강하(내려오는 강하 속도가 일반적인 낙하산보다 빠릅니다.) 를 했기에 살면서 다시는 이와 비슷한 엔돌핀이 솟는 경험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희재가 겁이 나 속도를 늦추며 내려왔습니다. 사구가 낮아보이지만 제법 높습니다. 속력도 제법 빠르구요. 짜릿합니다.

 

 

셋째는 포토타임입니다. 가장 사막이 아름다울 시간. 일몰이 찾아와 사막에 땅거미가 드리우기 직전의 그 시간. 낭만적인 언어로 하면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시간에 포토존을 찾아 버기카를 세워줍니다. 이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남기기에 바쁩니다. 정말 숨막히게 아름답거든요.

 

귀여운 희재 모음입니다. 사진들도 제가 직접 찍었습니다. 대단하조?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들입니다. 구경하고 가셔요 ㅎ

 

 

버기카를 타고 와카치나로 돌아올 때는 아쉬움이 가득 남습니다. 그리고 옷 안에 모래들도 가득 남습니다. ㅋㅋ 지는 해를 밟으며 오아시스 마을로 돌아와 몸의 모래들을 털고, 간단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작은 마을이기에 많은 편의시설이 있지는 않아, 적당한 식당에서 한국인 동행분과 함께 저녁을 해결하고, 밤의 오아시스를 가벼이 산책했습니다.

 

오아시스 마을의 저녁과 감성적인 희재.

 

 

간단하게 술을 한 잔 했기에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왔습니다. 밤의 사막은 정말 기분 좋은 곳입니다. 건조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며 야자수들은 가벼운 춤을 추듯 흔들립니다. 이름 모를 풀벌레 우는 소리만 간혹 들리고, 눈이 아픈 네온사인 조명이 적어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 불빛이 모래 언덕과 오아시스를 조용히 비춥니다. 길을 걸으며 동행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가 잠시 잠깐 발을 멈추어 귀를 기울이면 사막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조용하게 들립니다. 사구의 모래알들이 바람에 가벼이 쓸리며 스르륵. 스르륵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날의 밤은 제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던 그 날의 감상으로 대체하려합니다.

 

화질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리마에 머문 닷새 동안 개인 하늘을 만날 수가 없었다.
회색 하늘에, 아침 저녁으로는 비안개까지.
'여기 날씨는 항상 이렇나.' 하며 도착한 와카치나는
너-무 환상적인 날씨를 보여준다.

도착하자마자 만난 오아시스의 풍광에 입을 다물기 어려웠다. 오랜만에 만난 맑은 날씨까지 더해져 꿈 같은 풍경이다. 묘사를 다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

짐을 풀고 투어를 신청해둔 뒤, 주변을 슬슬 돌아보았다. 보면서도 보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오아시스에 발도 담궈보고, 사막도 맨발로 올라가보고. 너무 좋아 맥주 한 캔 사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사막을 버기카로 가로지르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버기카 타고 달리다 사구 위에서 보드도 타고. 디스커버리에서 공유가 광고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마치고 돌아와 씻고, 맛있는 저녁도 먹은 후에
밤의 사막을 만나러 모래 언덕으로 올랐다.
일교차가 커 밤은 모래가 차갑다.
시린 모래를 밟으며 올라가 만난 하늘은 무어라 형언하기 힘들다.
은하수를 사진이 아닌 맨눈으로 볼 수 있다니.

까만 하늘보다 더 많은 별이 흩뿌려진 하늘은 무엇이 북극성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큰 별들이 가득했다. 아무도 없는 사막 위에 누워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내려오는 길. 차가운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내려가다 발이 깊게 빠졌다. 폭, 하고 빠진 모래 속이 따뜻해 가만히 서서 하늘 보다가 왔다

 


다음은 와카치나 2편 업로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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