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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남미 여행기

남미 여행기 1. 출국 전 한국

by 희재짱짱123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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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다녀온 남미 배낭 여행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볼까 합니다. 코로나 이전이고, 지금과는 많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혼자 남미 배낭 여행을 계획하시거나, 남미에서 정보가 필요하실 때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이랬으면 더 좋았겠다.' '이것은 꼭 주의해야한다.' 같은 요소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만약 혼자 배낭여행은 가고 싶지만 어디 갈지 계획하지 못하신 분들은 읽지 마셔요. 남미로 떠나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ㅋㅋ

 


2018년 당시 해병대를 갓 제대한, 까맣게 타있는. 24살 희재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대학교에서 학생회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자신 있는 딱 하나는 인간관계지!'라고 생각했던 말랑말랑한 시절이었어요. 사람들간의 의견 조율, 내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상황들, 그 때 당시 다른 임원들과의 관계, 맞지 않는 리더로서의 역할 등등이 웃음을 점점 잃게 했습니다.

 

저는 행복을 조그마한 것에서 잘 찾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그랬습니다. 겨울날 아침. 따뜻한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바깥에서 새소리가 들리면 행복하고, 무더운 여름이 끝나가는 계절즈음 해질녘에 부는 서늘한 바람에 행복해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없어졌습니다. 어느 기점에서 없어진게 아닌 정신을 차리고보니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유독 좋아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여름은 일곱 시, 겨울은 다섯 시 즈음에 부산 - 김해 경전철을 타고 '체육공원역 - 구포역'을 지날 때의 풍경입니다. 그 곳에는 낙동강이 수평선을 보이며 쭉 펼쳐져 있는데, 경전철은 강 위를 지납니다. 해당 시간에 경전철을 타고 지나면 붉은빛 보다 조금 더 황금빛의 노을이 강물에 맞닿아 긴 꼬리를 남깁니다. 그러면 기다란 노을이 흔들리는 물결과 만나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데, 가끔 노을빛이 물결에 튀어 경전철 안에 자욱을 남기면 정말 행복했습니다. 저 역 사이를 지나는 약 2분간의 시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비슷하진 않은데 버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맛은 아닌데

 

스무 살부터 저 역을 지나는 순간은 경전철 창밖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기억나는 그 때 스물 네 살 당시의 어느 날이 있습니다. 제가 나온 학과에서는 신입생들이 어떠한 프로젝트를 준비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대착오적이다. 하지 말자.' 라는 이야기가 나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에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자료를 살피고 문자를 주고 받는 와중 강쪽을 마주한 자리에 앉아 노을이 '쨍-' 하고 얼굴을 비췄습니다,  '아 뭐야.'하며 눈을 가리고 미간을 찡그리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오고 다시 갔습니다. '나는 지금 일상의 행복도 행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답은 명징하게 떠올랐습니다. 

 

'휴학해야겠다.'

 

임기를 마무리하고 끝내는 날. 인수인계를 마치고 술에 얼큰하게 취한 채 휴학계를 신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명이 어둑한 피시방 안에서 아이스티 하나를 쪽쪽 빨며 유달리 선명하게 빛나고 있던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더랍니다. 마우스를 누를까 말까 하며 마우스 위를 빙빙 손가락으로 돌리다 '딸깍'하고 눌렀는데, 그 소리가 아직 선명합니다. 잠깐 짧게 스치는 그 소리가 그날따라 어찌나 둔중하게 다가오던지. 동시에 조금 깊게 다가왔습니다. 소리가 귀를 타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 적절하겠습니다. 그리고 더없이 맑고, 상쾌한. 고민 해소 버튼을 누른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짜릿했거든요.

 

 


 

1년동안 휴학계는 냈으나 고민은 많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돈은 없는 귀여운 스물 넷의 청년이었으니까요. 하고싶은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 타투하기
  • 걸어서 부산역에서 파주 민통선까지 국토종주 하기
  • 남미 배낭여행 혼자 가보기
  • 철인 3종 경기 출전하기
  • 백두대간 종주하기

 

뭘 하든 돈이 필요하기에 굳은 마음을 먹고 바짝 돈을 모으기로 결심했습니다. '준코'라는 프랜차이즈 노래주점에서 주 6일 10시간 일하고, 낮에는 과외를 세 개 했습니다. 밤에 일하고 낮에 2시간 정도 자다가 과외를 한 후 다시 준코로 출근하는 철인의 나날들이었습니다. 이 생활을 6개월 남짓 계속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체력이 좋았구나 싶습니다. ㅋㅋ 

 

맨 우측 단발머리의 거구가 희재에요

 

정! 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지금껏 겪고 보고 만난 모든 것이 더해져 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 또한 저를 만드는데 한 몫을 했습니다. 지금 귀여운 29세 김희재의 속성 중 타인이 무례하게 대할 때 부드럽게 대처하는 방법이나 상대방을 설득하는 화술, 특정 상황에서 뻔뻔하게 나가기 같은 것들은 전부 이때 배웠지 싶습니다. 목표했던 금액은 1500만원이었고, 6개월만에 모을 수 있었습니다. 월급이 들어와서 통장에 1623만원이 만들어지던 그 순간, 짜릿한 기분은 지금도 간간히 기억납니다.

 

 


 

가장 먼저 국토종주를 다녀왔습니다. 그 이야기도 나중에 쓸 예정입니다. 이제 남미 여행을 가야하는데, 문제는 그때의 희재는 해외여행도 한번 가보지 못한 귀여운 희재였습니다. 비행기도 딱 한 번 타보았습니다. 고등학교 제주도 수학여행 때 였네요. 해외로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어 여권도 없고, 비행기도 어디서 타야하는지 모르겠고. 정말 막막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계획이 계획을 부르는, 연쇄의 작용이 끝없이 이어져 '그냥 가지말까.'하는 생각도 불쑥불쑥 들었습니다. 

 


저는 너무 많은 할 것을 마주하게 되면 우선 이상한 자신감이 피어오릅니다. 모두 해낼 수 있다는 종류의 자신감이 아닌 '일단 최소한의 할 것만 먼저 하고 몸으로 부딪치자!'하는 자신감입니다. 그 때도 그랬나봅니다. 결과적으로 배낭 딱 하나 들고, 페루에서 첫 날 묵을 숙소 예약(1박)만 하고 남미로 출국하게 됩니다. (이때 페루 리마에서 한인 숙소를 예약했는데, 제가 남미에서 유일하게 묵었던 한인 숙소였습니다. 근데 이 선택이 정말 옳은 선택이었다는것을 남미에서 깨닫게 됩니다. 이 숙소 아니었으면 다시 한국 올 뻔 했어요.)

정말 가방 하나만 메고 출국할 때. 지나가던 아주머님에게 사진을 부탁드렸네요. ㅋㅋ


 

① 기간 및 비용

2018년 6월 12일에 인천공항에서 페루 리마로 떠나 2018년 9월 11일에 페루 리마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약 3개월 동안 천만원 남짓 썼습니다. 가장 큰 비용은 왕복 비행기 값 (230만원)이었네요! 워낙 남미 전역이 물가가 저렴해서 (칠레, 아르헨, 브라질 제외) 큰 돈은 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돈을 아끼기 위해 남미에서도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도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는 호스텔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편에 선물까지 왕창 사올 수 있었으니 나름 알뜰하고 알차게 쓴 것 같습니다!

 

 

② 여행 루트

좌측 위에서부터 우측으로. 남미 여행자들 사이에선 반시계 방향 루트라고 합니다.

정말 과장이 아니라, 한국에서 찾아보고 간 내용은 '페루 리마 공항에서 숙소로 어떻게 가는지' , '택시비는 얼마인지' 정도만 찾아보고 갔습니다. 그렇기에 제 루트는 정말 하잘것없습니다. 왜냐구요? 리마에서 어디갈지 정하고, 이카에서 어디갈지 정하고, 쿠스코에 도착해서 어디갈지 정한 식으로 여행을 다녔기에 정해진 루트도 기간도 없었습니다. 도시에 도착해서 '아 여기 너무 좋다.'라고 하면 오래 있었고(쿠스코에서만 보름을 지냈어요.) '별로다.'생각이 들면 그냥 빨리 떠났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IN 티켓과 OUT 티켓 그 사이의 기간 동안 정해진 루트 없이 남미 대륙을 돌아다녔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인들이 대부분 비슷한 루트와 관광지를 가기에 한국인 동행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다들 하시는 말씀이 "정말 특이하게 여행을 다니네." 라고 다들 말하셨어요. 

 

(페루) 리마 - 와카치나 - 이카 - 쿠스코 - (볼리비아) 라파스 - 우유니 - (칠레) - 산티아고 - (아르헨티나) - 멘도사 - 부에노스아이레스 -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 (파라과이) - 아순시온 - (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과수 - (브라질) 포즈 두 이과수 - 리우데자네이루 - 상파울루 - (페루) 리마 

 

 

순으로 다녀왔습니다. 저는 정말 바보에요. 다시 돌아간다면 해당 사항들은 꼭 지킬 것 같습니다.

 

  • 칠레 산티아고 밑으로 내려가보기. (파타고니아 지방. 친구가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다고 하네요.)
  • 쿠바 IN 하기. (쿠바에서 에콰도르, 페루로 내려오기)
  • 비행기 티켓 잘 보고사기. (가장 멍청한 행동이었습니다. 페루 IN, 페루 OUT 티켓을 샀네요. 이것 때문에 상파울루에서 다시 페루로 돌아갔습니다. )

 

 

③ 가기 전 준비물

저는 다음과 같은 것들만 챙겼습니다.

  • 상하의 각 3벌, 속옷들, 경량 패딩 하나 (대륙안에 4계절이 다 있습니다. 옷은 남미에서 사서 입었어요.)
  • 100달러 지폐 13장. 50달러 지폐 10장 (달러는 필수입니다. 정말로.)
  • 가짜 지갑 하나 (강도를 만났을 때 줄 지갑이었어요. 30달러 넣어두었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 복대 (여권, 핸드폰, 달러를 보관했어요.)
  • 배낭(기능성 배낭이 아닌 학교다닐 때 메고 다니던 가방이었어요)
  • 여권
  • 스킨과 로션 (결국 사서 쓰게 됩니다.)

 

④ 출국 전 알아두면 좋은 팁

  • '남미사랑' 카페는 반드시 가입하시는게 좋습니다. 단톡방도 큰 역할을 합니다. 남미에 있는 모든 한국인분들은 다 단톡방에 계시는 듯 합니다. 해당 지역의 동행을 구하는 것부터 강도 알림, 사건 알림 등 안전을 위해서도 꼭! 가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행 중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 저는 페루 빼고는 유심을 사지 않았습니다. 구글 맵스 오프라인 지도를 숙소에서 받아서 나갔기에 유심이 그닥 필요가 없었습니다. 와이파이만 써도 충분한 여행이었는데, 이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황열병 주사를 맞지 않고 입국했습니다. 볼리비아 비자를 받을 때 필요한데, 이건 쿠스코에 있는 매우 고압적이고 무례한 볼리비아 대사관에 가서 해결했습니다.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한국인들을 굉장히 좋아하긴 했으나, 무례합니다. 여행기에서 자세히 적겠습니다.
  • 개인의 안전은 개인이 지켜야합니다. 위험한 지역이나 장소는 가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아찔한 경험이 하나 있었습니다.)
  • 각 도시, 대륙마다 이동 시간이 매우 깁니다. 버스로 30시간, 40시간이 걸리기도 하니 매번 비행기를 타는게 아니라면 적당한 각오는 하셔야합니다. 
  • 베네수엘라, 콜롬비아는 그냥 가지마셔요. 

 


조금만 준비하면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게 됩니다. 매우 많은 사진과 매우 많은 글이 있습니다. 다음편부터는 본격적인 여행기를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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