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강사 김희재입니다.
동남권 사투리 '-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한 번 가볍게 써봅니다.
평생에 가깝게 경남권에서 살았고, 국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입장이기에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한 글입니다.
경남 사투리는 신기한 구석이 있습니다. 특히 아직 성조(음의 높낮이)가 일부 비분절음운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재미있는 어투이기에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2의 e승과 e의 2승, e의 e승, 2의 2승을 전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하니까 생각이 납니다. 우↓리↑는 we고 우↑리↓는 cage인걸 아시나요?
니 뭐하노? (↗) 와 니 뭐하노. (→)의 의미가 또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나? 생각도 잠깐 해보았습니다.
이게 왜 논란이 되었는지. 일반적인 용법은 어떠한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야 근거를 가지고 적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겠죠?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희재가 수업할 때나, 학생들을 대할 때 절대 다루지 않는 두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첫 째는 정치 관련 이야기이고, 둘 째는 확실치 않은 정보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해당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사회주의에 관련한 독서 지문을 다루는 등) 반드시 양쪽의 이야기를 전부 제시하기만 합니다. 제 의견을 섞지는 않습니다.
이번 주제도 제가 생각하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그걸 굳이 글에서 제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글의 말미에 해버렸습니다 ㅠ
다만 이번 주제에서 걱정하는건 학생들입니다. 동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가 적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태어나고 자라며 자연스레 써온 어투입니다. 이번 주제가 불거지기 이전에는 다들 의식조차 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이 있고 나서는 양상이 좀 달라질까 우려됩니다. 수도권에 진학한 학생들이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혹시 내가 일베로 보이지는 않을까?'라고 말하기 전에 앞서 주눅들까 그 부분이 참 걱정됩니다.
주장은 쉽습니다.
그러나 스피커(발화자)가 직업에서 오는 공신력이나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말이 확대되고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초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형태로 재생산될 수 있습니다. 그 편린은 원래의 의도와 멀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을 수 있구요.
그래서 공적인 주장은 항상 신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언이 가질 영향력에 대해 고민도 해보아야하구요.
지금 동남권 사투리의 어미 '-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개되는 듯 싶습니다.
A : '-노'는 원래 있던 사투리다
B : 그렇지 않다. 원래 있던 사투리도 있지만 특정 커뮤니티(일베)의 영향으로 과도하게 남용되었고, 그렇게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어투를 발화자들도 모르게 습득해서 사용하고 있다.
'-노'의 사용이 일베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도 모든 '-노'의 사용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우선 평생을 경남에서 살아온 희재가 생각하는 (+ 자료를 찾은) 일반적인 어미 '-노'의 용법을 다뤄보겠습니다. (레퍼런스를 보내주시는 대로 계속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1. 주로 의문형, 감탄형 '종결 어미'로 쓰인다.
의문형이라하니 두루뭉술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불거지는 논란들도 의문문의 종류들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아 서로 대립하는 것 같이 느끼기도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사 의문문(긍 ·부정, 감탄 등), 설명 의문문(질문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요구)에 주로 쓰인다. 수사 의문문의 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 의문형의 어투로 끝음을 올리는 것이 아닌 평서형과 유사하게 발음한다. (→)
예 : 누가 알았겠노. 이리 될 줄을 – 맞다. 알 수가 없지 이거는.
- 설명 의문문으로 쓰는 경우 끝음을 올리는 경우도 있고, 평서형과 유사하게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고'와 함께 씁니다.)
예 : 니 동생은 어짜고 니 혼자 자빠져 자고 있노(→, 왜 자고 있느냐?) - 아이다. 내 할거 하다가 잠깐 잔기다.
예 : 니 어데가노? ( ↗, 너 어디가니?) - 놀러간다 말리지 마라~
예 : 오늘 밥 뭐고? - 오늘 제육이든데
- 판정의문문 (yes or no)의 경우 ‘-노’는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때는 거의 '-가/-나'를 사용한다.
예 : 밥 먹었나? - 어 / 아니
예 : 저거 느그 누나 아이가? - 맞다/아이다
※ : '밥 먹었노.'와 같이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판정의문문이 아닌 설명의문문의 용법에 가깝다. (‘왜 밥을 먹었느냐?’와 같은 의미로 쓰임. 같이 밥 먹기로 약속한 상황에서 상대가 먼저 먹고 온 것을 알게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세요 ㅎ)
- 감탄형 종결 어미로도 쓰인다. 유사한 감탄형 어미 ‘-네’와 비교했을 때가 재미있다. ‘-네’는 독백의 의미가 강하고, ‘-노’는 2인 이상의 대화에서 발화자나 청자의 감정 · 상태에 대한 공감을 유도하는 의미가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상대의 확인을 구하는 의미정도로 서술했어요 ㅎ)
예 : 마이 슬프네. / 마이 슬프노.
예: 마이 슬프노. 좀 아프노. 으 따갑노. 진짜 귀엽노, 그냥 망했노, 날이 찹찹하노, 진짜 어지럽노 이거, 새끼 우노 이거! , 무섭노..
2. 의문형, 감탄형 ‘종결 어미’의 용법으로 주로 쓰이기에 어미의 형태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동남권 사투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레퍼런스를 주시면 추가하겠습니다)
- 체언 뒤에 붙이는 조사처럼 사용하는 경우.
예 : 공부노, 밥노, 아파트노 등
3. 특이하게 종결어미로 사용하지만 체언 뒤에 붙는 서술격조사 ‘이다’의 어미격 부분과 호응하지 않는다. 이때 의문형의 경우 ‘-가’, 감탄형의 경우 ‘-고’를 사용한다.
예
사람+이다 = 사람이노? (X), 사람이가? (O), 사람이고! (O)
밥+이다 = 밥이노? (X), 밥이가? (O), 밥이고! (O)
달력+이다 = 달력이노 (X), 달력이가? (O), 달력이고! (O)
짐승+이다 = 짐승이노? (X), 짐승이가? (O), 짐승이고! (O)
4. ‘-하다’, ‘-되다’, '-스럽-'등의 다양한 접사와는 호응한다.
예
착잡하다 = 기분이 착잡하노. 짜증나구로.
사랑하다 = 점마 저거 마이 사랑하노! 귀엽네 저거
가결되다 = 저게 가결되노. 어이가 없네.
사랑스럽다 = 사랑스럽노!

이 귀여운 걸그룹이 희재의 힘든 알고리즘을 뚫어냈습니다.
요즘 희재도 굉장히 너무 귀엽게 보고 있었습니다. (나의 연수 아저씨가 매우 재밌습니다. 다들 꼭 보셔요.) 그러나 오늘 다룬 이 논란이 이 귀여운 걸그룹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까 굉장히 눈여겨 보는 주제였습니다.
다행히 집단 지성의 힘을 빌어 억측에 가까운 이 논란은 사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귀여운 걸그룹 리더가 침착맨 방송에서 했던 발언 중 '도시노'라는 말에 '이것 보아라. 젊은 세대가 일베의 영향을 받아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남용하고 있다!' 라는 주장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원래 '의문문 이외에는 쓰지 않는다.' 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주장은 수많은 반박에 사장이 되고 이것만 남은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뭔가 주장을 위한 주장 같기도 하고, 주장을 놓지 못하기에 억지로 근거를 긁어모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젠 이 말 하나만 남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 글을 쓰면서 해당 방송도 보았습니다. (사실 이전에 봤는데 또 돌려봤습니다)
발언이 나온 맥락을 보면 "이마트가 있고 다이소도 있고.."하는 문장에 이어지면서 "아 다 있노! 도시노!" 라고 이야기가 나옵니다.
많은 이야기가 하고 싶습니다. 사투리(방언)의 용법이 문법처럼 완벽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정답은 없다는 말도 하고 싶고, 앞의 발화 (다 있노!)와 압운을 맞춘 것 같고, 제가 사용하는 방언과 요즘 학생들이 사용하는 방언의 형태가 다르기도 하고, 체언+'-노'의 사용도 어조에 따라 감탄형으로 쓰이기도 하고 등등등등
근데 사실 ㅠ
이 귀여운 걸그룹의 리더는 현재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중 '사투리 발화자', '사투리를 친숙하게 사용하는', '거제 사람'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상황에서 사투리의 사용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구요.
이런 상황에서 여기저기 출연하며 온전한 사투리를 사용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30년 가까이 경남에서 살아온 희재도 서울에 있을 때는 주위 발화자들의 어투를 닮아 어색한 사투리 + 서울말을 쓰게 됩니다. ㅠ 고등학교까지만 경남 거제에 있다가 서울에 생활하는 이 귀여운 리더는 어떻겠습니까. 그냥 말이 꼬인 것이 아닐까?하는 강력한 주장을 하고 싶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은 모두 빛납니다. '저는 나중에 이거 하고 싶어요'라며 눈을 빛내는 잼민이들이 얼마나 기특한지 여러분들이 아실까 궁금합니다. 나 사나이 김희재도 그런 학생들을 참 좋아라 합니다.
우리 모두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 및 젊은이를 응원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어 문법 > 논란의 문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눌리다의 피동접미사는 -이 / -리 ? (9) | 2024.09.27 |
|---|
댓글